신변과잡기/임노동과징병제
유예된 시간
말쑤
2006. 5. 16. 23:57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어떤 범주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그런 전제들이 있다. 임노동과 징병제 카테고리 자체가 그런 이야기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요며칠 4주 군사 훈련 문제를 놓고 아주 살짝 고민을 하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2007년 6월 4일이 되었을 때, 예상컨대 내 생활의 여러가지 반복적인 행동들에 당장 혁신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정신적으로는 수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1. 씨발! 그러고 때려칠 수 있다
2. 복수여권을 소유할 수 있다
3. 장기휴가를 낼 때 눈치를 많이 안 볼 수 있다
4. 나에 대해 투자를 더 많이 할 것 같다
5. 연봉협상에 임하는 마인드가 달라질 것이다
6. 내 이름 석자의 밸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질 것이다
7. 업계인들과의 친교를 맺고 싶어질 것이다
8. 신분적 아우라와 인식의 굴레를 떨쳐버릴 수 있다
9. 하고 싶은 일을 시켜달라고 떼쓸 수 있다
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사실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1번, 2번 제외) 결국 2006년 지금을 특징 짓는 키워드, "유예된 시간". 이 시간적 배경의 특성이 행동과 사고의 반경을 좁혀버리고 있는 셈이다. 마치, 남한강 낚시터 새벽 4시 자동차 라이트 불빛 안에서 이리도 저리도 못가던 그 노루처럼.
마음 먹기 나름이다! 라고 말하기엔 참 뜻대로 안되더라. 마치 '대학생' 신분과 일면 흡사하다고 해야할까. 지금의 방종을 닥쳐올 혹독한 날들을 방패삼아 얼렁뚱땅 넘겨보려하는 그런 것. 규범에 대한 반감에 불타던 그 시절에 덩달아 몸에 익은 성실에 대한 의도적 반항이 여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인 관심과 누구나 다 아는 잘잘못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한 팀원 덕에, 요즘 변화의 필요도 느끼고 있고, 또 반복되는 패턴에 순응하는 단순한 내 성격 덕에, 한번 바꿔볼까 끓어오를랑말랑 하는 중. 못해도 그런 유예된 시간 때문에 입신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할 망정 일에 대한 아마츄어적 애리튜드는 가지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