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의 추억
지난주 목요일 회식, 택시까지 타고 맛있게 한다는 민물장어 집을 찾아갔다. 직접 양식했다는 지금까지 본 민물장어 중에 가장 큰 사이즈의 장어들을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 장이 따로 필요 없는 고소함. 역시 Kg당 33000원 값어치를 하는구나 생각했다.
아주머니가 장어의 몸통을 가로로 가로 질러 대략 7-8조각으로 잘라주면 쏙쏙 입에 잘도 집어넣었다. 배를 가로질러 두쪽으로 나눠 먹을 수 있었지만 꿀떡꿀떡 다 삼켜버렸다. 그러다가... 얼토당토 않게 장어 가시가 목에 걸렸다. 캑캑 거리니 다들 소주 한잔 원샷하면 넘어간다고 그런다. 원샷.. 넘어가질 않는다. 에이, 이러다 넘어가겠지 하고 계속 쏙쏙 집어넣었다. 이놈의 자식, 다 먹고 나니 너무 느끼해서 속이 올라올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목에 가시가 아직 안내려간 것 같았다. 하루종일 캑캑 거리다가 집에 가니 어무니가 밥도 꿀꺽 삼키게 하고 식초도 주시고, 어쨌든 가시를 넘기기 위해 먹을 수 있는건 하나씩 다 집어먹었다. 여전히 안내려갔다. 그렇게 주말이 오고, 여전히 가시는 내 목에 달라 붙은 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침을 삼킬때마다 오는 통증이 갈수록 더해졌고, 가시 걸린 채로 그냥 있으면 목이 상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점심시간에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나 : 네.. 지난 주 목요일에 목에 가시가 걸렸습니다
의사 : 뭐 드셨어요?
나 : 네.. 민물장어 가시입니다
의사 : 하하. '민물'을 그렇게 강조하고 그래요
나 : 컥 강조한거 아닌데요. -_-a;;;
어쨌든 진료가 시작된다. 의사가 내 혀를 손으로 붙잡고 내시경은 목구멍으로 들어온다.
나 : 아~
간호사 : 입으로만 숨 쉬세요
나 : 아~
의사 : 어디 보자..
나 : 켁켁
간호사 : 입으로만 숨쉬세요
의사 : 이건가?
나 : 켁켁 컥
헛구역질이 자꾸 나와서 그만 입을 닫아 버렸다. 얼굴은 시뻘개져있었을테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눈도 시뻘개졌었겠지.
나 : 에궁 죄송합니다 켁
의사 : 봤어요?
나 : 예? 못봤는데
의사 : 이런 눈이 빨라야돼 사람은. 다시 아 하세요
나 : 아~
의사 : 자 봅시다
나 : 켁켁
의사 : 보이죠?
나 : 켁켁
간호사 : 입으로만 숨 쉬세요
나 : 켁
의사 : 자아.. (쏙). 됐습니다
나 : 켁켁 감사합니다
핀셋에는 투명한 가시가 (생각보다 훨씬 긴놈이) 잡혀있었다. 가시를 뽑자마자 허무하게도 의사 왈, 자 그럼 돌아가세요. 진료비는 5600원. 의보 적용가인가? -_-; 그리고 회사로 돌아왔다. 민물장어의 추억은 이렇게 끝이 났고, 다음부터는 가시의 공포와 그 니길니길 느끼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서운 헛구역질의 추억 때문에 회식 거리로 장어는 금지다. 복수대상으로 일기장에 써둬야겠다 장어 개새끼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