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과잡기/사랑과사람

떠나는 이에게

말쑤 2005. 3. 9. 22:59
오랜 고민 끝에 그는 드디어 결정을 했다.

아주 당차고 씩씩하게. 그런 그의 모습이, 나는 너무 좋다. 너무 맘에 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고개 숙인 어깨 늘어진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앞에 밝은 빛이 비추는 것 같고, 뒤돌아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힘차기만 하다. 모두가 아쉬워 한단다. 그의 향기가 너무 짙게 배어서, 다들 그를 잊지 못할 게다.

이제 블라인드 사이로 비추는 햇빛 앞에서 촐망촐망한 눈빛을 하고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고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그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제 나의 왼쪽에서 사뿐히 걸어와 네스까페 커피믹스를 살랑살랑 흔들며 咖啡?라고 묻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게, 그게 너무 가슴 아프고 쓰리지만. 그와 같은 공간에서 숨쉬며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같은 "일"을 하지는 못할 거란게, 그게 너무 안타깝지만.

나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생활을 힘주어 긍정하는 자들을 존경한다. 나는 그를 존경하고, 그의 결정을 존경한다. 그를 믿는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것들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언젠가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