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양 서탑가

Posted by 말쑤 현실과꿈/中国-China : 2005. 5. 29. 07:30

꼭 가보고 싶었던 심양. 노동절 연휴 때 몰래 갔다 왔다.





조선족 상권이라고 해야 하나, 80년대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서탑 근처. "다리 짧고 못생긴 애들이 조선족이야"라는 말을 듣고 보니,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번에 한족과 조선족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장씨마트, 민씨가게, 조씨가게 등등.. 가게 이름만으로는 뭘 파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네이밍. 참고로 조씨가게는 외환은행보다 싸게 환전할 수 있는 곳이다.














곳곳의 한글들과 한국의 흔적들.




주책 맞은 아저씨들은 이곳까지.




번역에 다소 문제가 있어보이는 간판.





한글 윈도우와 온라인게임들이 깔려있는 PC방.





돈텔마마가 "엄마에게 알려줘"로 바뀌어버렸다. 告诉 앞에 不 자가 떨어져있었는데, 다들 그냥 "告诉妈妈"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선족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연변에도 조선족보다 한족이 많으니(4:6), 대도시인 심양은 조선족이 훨씬 적겠지만, 이렇게 조선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을 주는, 그런 거리의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조선족의 한족 동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이해할 수 없는 논지를 펼치는 한국인들도 있지만, 이미 막을 수도 없는 현상인 것 같았다. (누구 말마따나 용광로라는 미국보다 더 강력한 것이 한족이라는 문화개념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살았는데 어떻게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은, "무슨 소리냐. 끊임 없이 교육 받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풀렸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적인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탓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른 이들이 재미동포처럼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까레이스끼에게, korean-american에게 한국어를 못한다고, 한국을 모른다고 탓하는 사람이 어데 있나.

하지만 조영남의 친일본 발언에 대해 -전후 사정을 잘 모르셔서 오해는 있었겠지만- 때려죽일 놈이라며 열변을 토하시는 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니, 그래도 한국어 할 줄 아는 외국인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없지 않은 것 같긴 하다. 한국 정부의 이중성과 한국과의 좋지 못한 인연들을 연이어 말씀하셨지만, 마지막에 "한국이 잘 되어야 우리도 고개를 들고 산다"는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좋은 쪽으로, 또 나쁜 쪽으로 서로가 너무 뜨거워서, '우리는 서로 외국인'이라며 좀 식혀야 할 때가 맞긴 하지만, 그래도 얽히고 섥힌 인연까지야 어쩌겠는가. 잔인할만치 어려운 조선족의 한국 입국 규정을 보고 있으면, 이건 거꾸로 되어도 한참 거꾸로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족을 포함한 제3국 노동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소와 정부의 편견에 가득 찬 시각이 답답하기만 하다.

외국에 사는 같은 민족. 사회학적으로는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토픽이긴 하지만, 개인사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그 얼마나 큰 고통이고 비극인가. 국경을 맞댄 나라 간의 인구 이동과 교류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일반 현상'이지만, 복잡한 한국현대사는 이 일반현상을 자꾸만 특수하게 만드는, 그런 편견을 한국인의 머리속에 심어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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